06-08. 동네에서 더불어 살기

2015. 1. 20. 22:18집 짓기/집짓기 바이블


저희가 집을 짓기로하고 땅을 산 마을은 옛부터 달성 서씨네 집성촌이랍니다.

약 40호 정도가 살고 있는 마을인데 우리 집을 포함헤서 몇 몇 집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씨가 서씨인 셈이죠.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하고 혹시나 왕따를 당할까봐 조바심을 내며 이웃들 눈치를 봐왔었는데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어요.

처음 공사를 시작할 때 역시 우리의 전소장님께서 이웃을 돌며 일일이 인사드려놓더군요. 공사기간중에 민원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였져.. 역시 배테랑 소장님이십니다. ^^


작년 이사를 오기위해 준비할 즈음. 이장님이 동네 어른들 경로잔치가 있으니 협찬금을 달라고 하더군요. 애초에 마을 행사예산에 협찬금예산을 잡아놓으셨더라구요...캑!

아주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강요받는 듯 해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얼마를 내면 될까 눈치를 보며 물었더니 뭐. 누구 누구네는 50만원을 냈느니 ... 하더라구요.

(지랄 하십니다. 50만원이 누구네 똥개 이름인줄 아시나...) 5만원도 많다 싶었는데 첫 해이니 10만원을 냈습니다. 적어서 안받으시려면 말라고했더니... 널름 받아가더군요...

그 때 다시 꺠우쳤습니다. 아. 이 양반들이 순진한 시골노인들이 아니라는 것을...


어쨋거나 우리집을 둘러산 이웃들과는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그 이웃들마다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어느 집과 유난히 터놓고 지내면 그 반대쪽 집에서 시기와 질투의 눈길을 주더군요.

약 3~4개월 걸린 것 같습니다. 이웃들 간의 이해관계를 정리하는데....ㅎㅎ

이제는 손바닥을 보든 훤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어느 영감이 어느 할망과 원수지간이고 어느 집이 어느 집과 절친인지...ㅋㅋ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마을 입구 공터에 건설업자가 빌라건축을 하겠다고 선포를 했습니다. 마을 앞 가창초등학교에 아이들을 입학시키기위해 임시전입을 원하는 학부모들을 겨냥해서 날림공사를 해서라도 분양마진을 남기겠다는 셈이더군요.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업자로부터 돈을 먹은 듯)이장과 일부 주민들만이 적극 찬성을 하고 나서더군요. 이미 건축허가도 받아둔 상태였구요....

빌라를 짓기로 한 부지가 바로 우리집 뒤라 저희도 언쨚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우선은 마을사람들의 판단을 보고 있었는데 서로 자기들 이해관계만 계산하며 이웃의 입장이나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무도 나서지 않더군요.

이미 이장은 매수된 상태였던 것 같구요...


그래서 며칠을 고민하다 저희가 나서기로 했지요. 빌라건축에 대해서는 간접적인 피해자였지만 약삭빠르고 얄미운 마을 주민들에게 한 번 뽄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구요.

몇십만원을 들여서 직접 현수막을 만들어 마을 어귀를 뒤덮어버리고 방송국에서 일하는 후배 카메라맨을 앞세워 구청에 건축과를 찾아가 한바탕 난리를 쳤더랬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휘둥그레 쳐다들 보더군요.

누군지도 몰랐던 사람이 나서서 악을 박박 쓰니  아무도 대적하지 않더군요. 흔한 말로 꼬리들을 다 내리더란 말이죠.

다행히 빌라건설문제는 아직까지 흐지부지되는 듯 시간을 끌고 있지만

그 일 이후로는 마을 주민들이 급 상냥해지고 가게에 가더라도 예전같지않게 친절하더라는... 웃지못할 이야기입니다.

마을 주민들과 불편할 필요는 없지만, 약삭빠른 마을 주민들에게 호구로 보여서도 안됩니다.

항상 친절하고 배려해야겠지만 필요할 땐 당차고 단호하게 나서셔야 할 것 같더군요. 


"영감님. 우리 집 앞에 퇴비 쌓지 마세요.!"

"아저씨. 도로 입구에 자꾸 무단주차 하시면 견인시키겠습니다."

"서씨 아저씨. 빌려가신 연장 안 갖다주시면 두번다시 사정봐드리지 않겠습니다."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는 친절하다고만 되는 일이 아닙니다. 단호하게 대하면서 친절해야합니다.

텃밭을 자꾸 넓혀서 이 것 저 것 심어 가꾸겠다는 와이프에게 텃밭 대신 꽃밭을 가꾸게 하고, 이웃집 할머니들께 우리 부부 핸드폰 번호 적어드리고 갑자기 아프고 혼자일때 병원 데려다 드릴 수 있으니 방문위에 붙여 두시라고 했더니 그날 이후부터 매일같이 푸성귀가 집 앞에 쌓입니다.

... 저희 가족들 이렇게 이웃주민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ㅎㅎㅎ